▲ 박종길 서울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의 규모가 전체 중소기업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현실에서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영역확대와 주변 골목상권의 잠식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실임에 분명하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잠식하면서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자 정부에서는 규제에 나섰다.
2010년 12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해소와 소상공인 보호를 목표로 하는 동반성장위가 출범했고 영세업에 속하는 자동차매매업이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사업은 대기업 활동을 제한한다.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사업 축소와 진입자제, 확장자제 등을 권고하고 있다.
자동차매매업자들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대기업과의 경쟁으로 날로 영세해지던 매매업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는 크나큰 착각이었다.
대기업들은 앞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기업간 합병(엔카네트워크+SK C&C)을 통해 거대 공룡을 탄생시켜 중고차 시장에서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고차 매입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매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영세기업 보호는커녕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오토벨’이라는 매입전문 브랜드를 런칭했고 AJ렌터카 역시 ‘AJ셀카’라는 중고차 매입 전문 브랜드를 설립하며, 도를 넘어서는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이후 3년간은 보호받아야 할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글로비스와 AJ렌트카는 중고차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한 경매업체들의 매입차량은 법인차의 대량 물량이 대부분이었으나 이제는 개인들이 내놓은 중고차까지 넘보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또다시 자금력과 조직력을 이용해 열악한 중고차 시장에 스며들어 중소업계 종사자들의 밥줄을 빼앗겠다는 심산이다.
대기업에서 무차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데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서울자동차매매사업조합은 내년 시행 예정인 ‘자동차 경매장 시설기준 완화’ 입법예고에 대해 경매장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대기업 업종이기에 규제 완화는 대기업을 위한 특혜라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최근 들어 계속되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업계 전체가 불황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상도의(商道義)까지 망각하고 있는 대기업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대기업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흔들면 영세한 소규모 업체가 도산되면 결국 대기업이 독과점하게 되는 게 수순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의 유통시장 장악과 독점으로 인한 사회적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시간이 흘러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할 사회적비용이자 몫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건전한 상거래질서 확립과 소비자, 자동차매매업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제도적으로 대기업의 중고차 업계 진출을 보다 강력히 막아야 한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의 규모가 전체 중소기업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현실에서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영역확대와 주변 골목상권의 잠식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실임에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대기업에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영세산업이 아닌 더 큰 사업 영역을 개발하기를 바란다. 이런 공감대가 주요 대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의 시스템으로 정착되는 ‘공정한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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